
이용학 님
1935년 01월 14일에 핀 꽃
이용학 님의 이야기
세월을 견디게 한 따뜻한 손
내 마음에 심겨진 손
나는 평생 손을 잡고 살아왔다. 아버지의 손, 남편의 손, 아이들의 손, 그리고 마지막엔 손주들의 손까지. 그 손들은 세월 속에서 흩어진 듯 보였으나 사실은 내 마음 깊은 곳에 심겨 남아 있었다. 세월이 흐른 후에야 깨달았다. 내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의 손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돌아보니 내 삶은 손을 잡아주고또 손을 내어주는 여정이었다. 그 손은 울음도 지탱해 주었고, 어둠 속에서도 길을 가리켜 주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있다면, 당신도 당신 곁에 있는 그 손을 오래 기억하길 바란다. 세상이 무서울 때, 길이 보이지 않을 때,붙잡을 수 있는 손 하나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것은 시간이 지나야만 비로소 알게 되는 법이니까.


문경의 바람 속에서
나는 문경의 산골에서 태어났다. 산은 늘 푸르렀지만, 우리 집 형편은 푸르지 못했다. 어린 시절, 나는 늘 조심스럽고 얌전한 아이였다. 울음을 크게 내지도, 욕심을 내지도 못했다. 열아홉 살, 나는 시집을 갔다. 그때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불 한 채조차 없이, 빈손으로 시집 문턱을 넘었다. 신부의 설렘보다는 앞으로 살아갈 길에 대한 막막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단단한 다짐 하나가 있었다. “내 아이들만큼은 굶기지 않고 키워야지.” 그 다짐은 스스로에게 걸어 둔 맹세였다. 가난은 내게 무거운 짐이었지만,그 짐은 내 삶을 지탱하는 뼈대가 되어 주었다. 살아내야 했고, 지켜야 했다. 그 무게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기도로 지핀 불씨
큰아들이 쓰러졌을 때, 내 세상은 눈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꿈 많던 아이가 교대에 들어가더니 어느 날 갑자기 병원 침대에 누워 급성 골수암 진단을 받았다. 그 앞에서 나는 울음을 삼킬 수 없었다. 밤마다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주님, 제발 이 아이만은 살려주십시오.이 생명만은 거두지 마소서.” 눈물은 흘러도 멈추지 않았고, 기도는 끊어지지 않았다. 하루하루는 두려움의 연속이었지만 어느 날 아이는 기적처럼 일어섰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신앙의 불씨는 꺼진 것이 아니었다. 내 안에서 깊숙이 숨어 있다가 기도와 눈물로 다시 살아난 것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예배를 지켰다. 십일조를 드렸고, 교회 청소를 맡았으며 찬송을 불렀다. 찬송은 내 눈물을 닦아주었고, 말씀은 길을 잃은 내 마음을 붙잡아 주었다. 그리고 그 불빛은 내 자녀들에게로 이어졌다. 어떤 이는 목사가 되었고, 어떤 이는 장로가 되었으며, 누군가는 봉사자가 되었다. 내 안에서 다시 타오른 작은 불씨가 그들의 삶 속에서 큰 등불로 자랐다.


포항의 바닷바람 속에서
셋째 딸이 아홉 살이 되던 해, 우리는 삶의 터전을 포항으로 옮겼다. 남편이 철근 일을 얻어 시작했지만 처음 자리 잡은 곳은 창고 같은 집이었다. 낡은 지붕 위로 바닷바람이 스며들었고 비가 내리면 방 안까지 스며들었다. 그러나 그곳은 우리 가족의 새로운 둥지였다. 나는 다시 아이들과 함께 살아낼 힘을 얻었다. 작은 양철집을 마련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 집에서 나는 또다시 아이들을 키워냈다. 둘째는 방황 끝에 돌아와 나를 도왔고, 셋째는 시장에서 상인으로 자리 잡았다. 새벽마다 고단한 몸으로 돌아오는 그들의 모습이 나의 위로가 되었고, 기도가 되었다. 딸들은 내 곁에서 손과 발이 되어 주었다. 병원에 갈 때 함께했고, 살림이 막힐 때 길을 내주었다. 나는 눈에 띄는 존재는 아니었지만, 땅속 깊은 곳의 뿌리처럼 아이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묵묵히 버티고 서 있었다.
손주들과의 봄날
구순 잔칫날, 손주들이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할매, 오래오래 살아주세요.” “그래, 이 아이들 덕분에 내가 아직도 사는 맛이 있구나.” 그 말은 내 삶의 마지막 노래처럼 들렸다.


따뜻한 손길
돌아보니 내 삶은 언제나 따뜻한 손길 속에 있었다. 어린 시절 나를 감싸던 아버지의 손길, 살림의 무게를 함께 짊어졌던 남편의 손길, 그리고 내 품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작은 손길까지. 그 손길은 때로는 눈물이었고, 때로는 웃음이었으며, 어떤 날에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나는 가진 것이 많지 않았지만, 따뜻한 손길만은 나누며 살고 싶었다. 밥 한 숟갈, 차 한 잔, 작은 나눔이 누군가의 마음을 덮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돌아보니, 그 모든 손길 위에는 늘 주님의 손길이 함께하고 계셨다. 내가 지쳐 쓰러질 때 붙잡아 주셨고,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이끌어 주셨으며, 절망 가운데 있을 때 다시 일어서게 하셨다. 이제 나는 고백한다. 내가 살아온 길은 결국 주님의 따뜻한 손길이 이끌어 주신 은혜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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