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견디게 한 따뜻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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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학 님의 이야기
세월을 견디게 한 따뜻한 손

내 마음에 심겨진 손

나는 평생 손을 잡고 살아왔다. ​아버지의 손, ​남편의 손, ​아이들의 손, ​그리고 마지막엔 손주들의 손까지. ​그 손들은 세월 속에서 흩어진 듯 보였으나 ​사실은 내 마음 깊은 곳에 심겨 남아 있었다. ​세월이 흐른 후에야 깨달았다. ​ ​내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의 손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돌아보니 내 삶은 손을 잡아주고또 손을 내어주는 여정이었다. ​그 손은 울음도 지탱해 주었고, ​어둠 속에서도 길을 가리켜 주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있다면, ​당신도 당신 곁에 있는 그 손을 오래 기억하길 바란다. ​세상이 무서울 때, 길이 보이지 않을 때,붙잡을 수 있는 손 하나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것은 시간이 지나야만 비로소 알게 되는 법이니까.




문경의 바람 속에서

나는 문경의 산골에서 태어났다. ​산은 늘 푸르렀지만, ​우리 집 형편은 푸르지 못했다. ​어린 시절, ​ 나는 늘 조심스럽고 얌전한 아이였다. ​울음을 크게 내지도, 욕심을 내지도 못했다. ​ ​열아홉 살, ​ 나는 시집을 갔다. ​그때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불 한 채조차 없이, ​빈손으로 시집 문턱을 넘었다.​ ​신부의 설렘보다는 앞으로 살아갈 길에 대한 막막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단단한 다짐 하나가 있었다. ​“내 아이들만큼은 굶기지 않고 키워야지.” ​그 다짐은 스스로에게 걸어 둔 맹세였다. ​가난은 내게 무거운 짐이었지만,그 짐은 내 삶을 지탱하는 뼈대가 되어 주었다. ​살아내야 했고, ​지켜야 했다. ​그 무게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기도로 지핀 불씨

큰아들이 쓰러졌을 때, ​내 세상은 눈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 ​꿈 많던 아이가 교대에 들어가더니 ​어느 날 갑자기 병원 침대에 누워 급성 골수암 진단을 받았다. 그 앞에서 나는 울음을 삼킬 수 없었다. ​밤마다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주님, 제발 이 아이만은 살려주십시오.이 생명만은 거두지 마소서.” ​눈물은 흘러도 멈추지 않았고, ​기도는 끊어지지 않았다. ​하루하루는 두려움의 연속이었지만 ​어느 날 아이는 기적처럼 일어섰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신앙의 불씨는 꺼진 것이 아니었다. ​내 안에서 깊숙이 숨어 있다가 ​기도와 눈물로 다시 살아난 것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예배를 지켰다. ​십일조를 드렸고, 교회 청소를 맡았으며 찬송을 불렀다. ​ ​찬송은 내 눈물을 닦아주었고, ​말씀은 길을 잃은 내 마음을 붙잡아 주었다. ​그리고 그 불빛은 내 자녀들에게로 이어졌다. ​ ​어떤 이는 목사가 되었고, ​어떤 이는 장로가 되었으며, ​누군가는 봉사자가 되었다. ​내 안에서 다시 타오른 작은 불씨가 ​그들의 삶 속에서 큰 등불로 자랐다.



포항의 바닷바람 속에서

셋째 딸이 아홉 살이 되던 해, ​우리는 삶의 터전을 포항으로 옮겼다. ​남편이 철근 일을 얻어 시작했지만 ​처음 자리 잡은 곳은 창고 같은 집이었다. ​낡은 지붕 위로 바닷바람이 스며들었고 ​비가 내리면 방 안까지 스며들었다. ​그러나 그곳은 우리 가족의 새로운 둥지였다. ​나는 다시 아이들과 함께 살아낼 힘을 얻었다. 작은 양철집을 마련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 집에서 나는 또다시 아이들을 키워냈다. ​둘째는 방황 끝에 돌아와 나를 도왔고, ​셋째는 시장에서 상인으로 자리 잡았다. ​ ​새벽마다 고단한 몸으로 돌아오는 그들의 모습이 ​나의 위로가 되었고, ​기도가 되었다. ​딸들은 내 곁에서 손과 발이 되어 주었다. ​병원에 갈 때 함께했고, ​살림이 막힐 때 길을 내주었다. ​나는 눈에 띄는 존재는 아니었지만, ​땅속 깊은 곳의 뿌리처럼 ​아이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묵묵히 버티고 서 있었다.



손주들과의 봄날

구순 잔칫날, 손주들이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할매, 오래오래 살아주세요.” ​ ​ ​“그래, 이 아이들 덕분에 내가 아직도 사는 맛이 있구나.” ​그 말은 내 삶의 마지막 노래처럼 들렸다.

따뜻한 손길

돌아보니 내 삶은 언제나 따뜻한 손길 속에 있었다. ​어린 시절 나를 감싸던 아버지의 손길, ​살림의 무게를 함께 짊어졌던 남편의 손길, ​그리고 내 품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작은 손길까지. ​그 손길은 때로는 눈물이었고, ​때로는 웃음이었으며, ​어떤 날에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나는 가진 것이 많지 않았지만, ​따뜻한 손길만은 나누며 살고 싶었다. ​밥 한 숟갈, 차 한 잔, 작은 나눔이 ​누군가의 마음을 덮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돌아보니, 그 모든 손길 위에는 늘 주님의 손길이 함께하고 계셨다. ​내가 지쳐 쓰러질 때 붙잡아 주셨고,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이끌어 주셨으며, ​절망 가운데 있을 때 다시 일어서게 하셨다. ​이제 나는 고백한다. ​내가 살아온 길은 결국 주님의 따뜻한 손길이 ​이끌어 주신 은혜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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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학 님 방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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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학 님의
인생 타임라인

1975-01-01

정미옥 출생



1970-01-01

정영옥 출생



1966-01-01

정윤옥 출생



1962-01-01

정경옥 출생



1960-01-01

정경석 출생



1959-01-01

정명석 출생



195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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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01-14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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