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교회 건축 – 흙과 눈물로 세운 하나님의 집
교회를 짓는다는 건 그저 건물을 올리는 게 아니더군. 난 평생 세 번, 교회를 직접 지었어. 처음엔 진짜 손으로 흙을 파고 보루를 만들어 지었지. 바닷가에서 흙 퍼다가 씻고 말리고, 직접 돌 들고 다니고, 트라스라는 것도 배운 데 없이 눈으로 보고 따라 만들었어.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위험한 작업이었는데도, 그땐 그저 교회를 짓는다는 마음 하나로 움직였던 것 같아. 먹을 것도 변변치 않아서 보리쌀 두 번 삶고, 큰 빨간 콩 넣어 한 끼 때우고 그랬어. 전기 전주도 다 나무였는데, 산에서 전주 바뀌고 남은 나무 하나 얻어다가 톱으로 켜서 트라스로 쓰고. 무슨 자재가 있다고 제대로 했겠어? 폐 철사 주워다가 철근 대신 돌려 쓰고,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 올린 거지. 그렇게 세운 교회가 허술해지면 다시 짓자고 또 일어났고, 마지막 교회는 최완호 목사님이 자기 생활비 1년치인 천만 원을 헌금하면서 시작됐지. 그 마음에 나도 감동돼서 나도 천만 원 냈어. 그 시절 천만 원이면 지금으로 치면 몇 억짜리야. 나중엔 헌당식 날 400명 넘는 사람들이 모이고, 빚 한 푼 없이 교회 짓고 남은 돈도 있었어. 교회는 그렇게 짓는 거더라고. 돈보다 마음, 기술보다 기도,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지금도 그 교회 바라보면, 피 땀 흘렸던 그때의 내 손이, 내 기도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야.
기록의 은혜 – 일기로 남긴 공동체의 역사
나는 교회를 지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았어. 그날그날 누가 왔고, 무슨 일을 했고, 어떤 기도를 했는지 하나하나 적어놨지.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쓰던 게, 나중엔 책처럼 묶이게 됐고, 우리 집사람이 다 정리해서 만든 일지책이 되었어. 그 책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야. 우리 교회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누가 함께했는지, 눈물과 기쁨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그대로 담은 역사 그 자체라네. 나중에 어떤 목사님이 그 일기장을 보고 눈물 흘리더라고. 자기는 그런 교회를 만나 본 적 없다고 말이지. 하나님은 사람의 기억보다 기록을 더 귀하게 쓰시는 분 같아. 때론 말보다 글이 더 오래 남잖아. 나도 그 일기를 들여다볼 때마다, 이 일이 내 힘이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 하신 일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나는 지금도 말하고 싶어. ‘기록은 은혜다’라고.
단기선교, 교회건축, 그리고 열방을 향한 마음
내가 교회를 짓는 일이 한국에서만 끝나지 않을 줄은 몰랐지. 은퇴하고 나서야 더 본격적으로 선교를 나가게 됐는데, 처음 간 곳이 캄보디아였어. 맨발로 다니고, 지붕 하나 없는 집에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울었어. 그냥 눈물이 나더라고.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환경이니까. 그때부터였어. 내가 가진 기술, 경험, 마음을 하나님 나라에 쓰기로 결심한 게. 태국의 산골 마을, 카렌족 기독학교에 예배당을 지어주고, 네팔에도 지었지. 지금은 인도네시아의 느헤미야 교회를 짓고 있어. 목회자 없이 예배 못 드리는 곳에, 예배당 하나 세워주는 게 그들의 전부가 되더라고. 돈이 많아서 한 게 아니야. 커피 한 잔 값 아껴서, 외손자까지 함께 가서, 그냥 기쁨으로 한 거야. 하나님이 내게 기술 주시고 건강 주셨으니, 그거 써야지. 그게 내가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했어.
가족과 함께 드리는 선교 – 세대를 잇는 복음의 발자취
나는 혼자 선교 간 적이 별로 없네. 늘 누군가는 같이 갔어. 아들, 며느리, 딸, 손자까지 다 같이 선교를 다녔지. 내 삶의 가장 큰 복 중 하나는 바로 이거야. 믿음의 유산이 대를 이어 함께 이어진다는 거. 태국 헌당식 갈 땐 처남댁에 외손자까지 데리고 갔고, 손자가 사진 찍고, 딸은 통역하고, 며느리는 준비물 챙기고… 모두가 자기 역할을 감당했어. 그 모습 보면 내가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선교는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가족을 통해 흘러가는 믿음의 물줄기야. 자녀들이 “아버지 그만 하세요” 해도 나는 말하지. “하나님이 건강 주시는 날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그게 내 방식이고, 우리 집안의 자랑이야. 믿음으로 함께 사는 삶, 그것만큼 아름다운 게 어디 있겠나.
삶의 마지막까지 교회를 짓는 이유
요즘 몸이 좀 불편하긴 하지. 암 수술도 받고, 방사선 치료도 두 번이나 했거든. 그런데도 나는 이 몸으로 계속 교회를 짓고 있어. 왜냐고? 하나님이 건강을 주셨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멈추면 안 되잖아. 나는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살아왔지. 사람들은 말해. “이제 그만 좀 쉬세요.” 우리 애들도 그래. 근데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하나님이 주신 건강과 물질은 썩히지 말고, 쓰라고 주신 거라 믿거든. 인도네시아든 네팔이든, 교회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난 가서 짓고 싶어. 헌당식 날, 그 사람들 얼굴에 번지는 웃음과 눈물을 보면, 그게 바로 하나님이 원하신 일이었구나 싶어서 더 힘이 나. 나는 돈이 많아서 이 일을 하는 게 아냐. 적은 돈이라도 하나님의 일에 쓰이면 그게 가장 가치 있는 일이거든. 그러니, 내가 죽는 날까지, 아니 숨이 붙어 있는 한, 나는 계속 교회를 지을 거야. 그게 내 소명이니까. 하나님이 주신 마지막 사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