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씨앗이 맺은 은혜의 열매

  • 심경순 권사님
    1951년 01월 20일에 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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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패랭이꽃처럼, 믿음으로 자라나는 삶

어릴 적, 들판에서 패랭이꽃을 꺾어 놀던 추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때의 순수한 마음과 자연의 따스함이 여전히 제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 생애에 크고 놀라운 은혜로 함께하셨음을 믿으며, 영덕읍교회 심경순 권사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피난’이라는 별명

나는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나, 6.25 전쟁이라는 혼란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 엄마가 전쟁 중에 나를 임신하셨는데, 피난길에서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어. 배는 점점 불러오는데 먹을 것도, 쉴 곳도 없어서 고생하셨지. 배추 꼬랑지를 말려서 식량 대신 먹기도 하고, 보리 창고에서 남은 곡식을 주워 와 물에 씻어 죽을 쑤어 드셨대. 그러던 중에 내가 태어나게 되었고, 그때의 상황 때문에 내 별명이 '피난'이 되었어. 엄마는 나를 낳으시고도 계속해서 피난길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애쓰셨어. 아버지가 전쟁 중에 돌아가셔서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셔야 했거든. 그래서 나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얼마나 강인하고 희생적인 분이셨는지 절실히 느끼며 자랐어. 이 별명은 내 출생의 배경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 조금 서글프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 시절 엄마의 사랑과 헌신을 떠올리게 해서 나에게는 특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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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나이를 넘어 마음을 묶는 가장 강한 끈

내가 열여덟 살 되던 해에 남편을 만나게 됐어. 남편은 군인이었고, 나보다 열두 살 많아서 처음엔 부담스러웠어. 하지만 남편은 정말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었고, 큰어머니의 소개로 자연스럽게 결혼하게 됐지. 결혼 초기에는 남편이 월남으로 파병을 가버려서 아이를 안고 혼자 지내는 외롭고 힘든 시절을 보냈어. 그런데도 남편은 항상 나를 걱정하고 사랑으로 대해줬고, 돌아와서는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이라도 하듯 나를 더 아껴줬어. 남편은 딸 넷을 낳으면서도 한 번도 나를 탓하지 않았어. 오히려 딸들이 아빠 품에 안기면 너무나도 행복해하며 우리 가족을 소중히 여겼어. 딸들을 끌어안고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에서 나는 남편이 정말 좋은 아빠이자 남편이라는 걸 매일 느꼈지. 시어머니와 갈등이 있을 때도 남편은 항상 내 편이 되어주었고, 내가 서러움에 울면 “괜찮다, 너무 마음 쓰지 말라”며 나를 위로해줬어. 남편은 나와 나이 차이가 있었지만 그 사랑만큼은 나이를 뛰어넘는 깊이를 가지고 있었어. 특히 남편이 부대에서 돌아올 때면 딸들과 함께 날 꼭 껴안아주는 그 따뜻한 순간들이 내 마음에 깊이 남아 있어. 나에게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준 사람이 바로 남편이었어. 남편과 함께했던 결혼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의 사랑과 헌신 덕분에 나는 가정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었어. 지금도 남편과의 추억을 떠올리면 감사한 마음이 들어. 남편의 사랑은 나를 단단하게 해주었고, 우리 가정을 하나로 묶어준 큰 힘이었어. 이 모든 시간이 내겐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걸 늘 깨닫고 있어.


용서는 사랑을 피우는 씨앗

시어머니와의 갈등은 내 결혼 생활 중 가장 힘든 부분이었어. 시어머니는 손자를 보고 싶어 하셨고, 딸을 낳을 때마다 나를 탓하셨어. 셋째 딸을 낳았을 땐 정말 마음이 아팠고, 시어머니가 딸을 차별하실 때는 너무 서러웠어. 하지만 그 갈등 속에서도 신앙으로 버티며 하나님께 의지했지. 어느 날은 내가 시어머니께 솔직히 내 마음을 전하며 울었고, 그 뒤로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조금씩 나아졌어.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는 오히려 그분을 이해하고, 그분의 사랑을 감사하게 생각하게 됐어. 지금은 시어머니를 위해 기도하며 내 마음속 갈등을 모두 내려놓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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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응답은 가장 큰 축복의 열매

나는 아들을 낳기 위해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어. 하나님께 약속한 대로 아들을 주시면 주의 종으로 키우겠다고 결심했지. 결국 아들을 낳게 되었고,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 중 하나였어. 딸을 네 명 낳은 뒤라 아들을 낳은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 아들이 자라는 동안 신앙 안에서 잘 양육하려고 노력했어. 하나님보다 아들을 더 사랑하면 안 된다는 말씀을 기억하며 아들에게 집착하지 않으려고 애썼어. 결국 아들은 목회자가 되었고, 내 기도가 응답된 것 같아서 정말 행복했어. 내 인생의 신앙의 열매를 보고 있으면 감사와 뿌듯함이 넘쳐.


모든 순간은 하나님의 은혜로 빛납니다.

남편은 2018년에 돌아가셨지만, 지금도 나는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매일 느끼며 살아가고 있어. 자녀들은 이제 다 성장해서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고, 손주들도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어. 남편과 함께했던 사랑과 인내의 시간들은 지금도 내게 큰 힘이 돼. 하나님이 내게 주신 가정과 신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내 삶을 이끄신 손길에 감사드려. 내게 주어진 시간이 남은 동안, 신앙 안에서 더 많은 사랑을 전하며 살고 싶어. 지금까지의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느끼며, 앞으로도 하나님께 더 의지하며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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