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기쁨 그리고 나

  • 권춘희 권사님
    1951년에 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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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사실, 우리 삶에서 자주 우리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 어줄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요. 특히 지금 이 곳에서 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몰두하곤 해서, 내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가끔 중간에 끊기곤 해요. 하지만 이런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순 간들을 되돌아볼 수 있어서 참 감사해요. 사람은 결 국 추억과 기억에 의해 살아가잖아요? 이런 기회를 통해 그때 그 순간을 다시 기억하면서, 때로는 그 감 정이 너무나도 강하게 느껴져서 눈물이 날 때도 있어 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이 기회가 정말 소중하답니다."

"초등학교 옆 교회: 이제는 평생의 안식처"

초등학교 때. 학교 바로 옆에 아름다운 교회가 있었어요. 그 교회는 저희 학교 학생들에게 특별한 공간이었죠. 학교에 교실이 부족하여 교회 안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거든요. 처 음에는 그저 임시의 학습공간으로 생각됐던 그 교회지만, 교회에서의 수업이 계속되면서 점점 그 장소에 익숙해지고 애착을 가지게 되었어요. 교회의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공부하니. 교회 자체에도 관 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교회에 다니는 다른 학생들을 보면 항상 밝은 얼굴로 교회 노래를 부르며 돌아오곤 했어 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그들이 느끼는 기쁨과 교회의 특별 함을 직접 체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저도 교 회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곳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만 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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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무엇인가요?

"할머니 고무신까지 바꿔 먹었어요..." "우리 형제는 딸이 세 명이고 그 밑에 아들이 세명이에요. 특이하게도 딸 세 명과 아들 세 명이 정말 잘 맞 았죠. 특히, 오징어 철이 되면 정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어요. 우리에게는 돈이 없었으니, 오징어를 갖고 사탕이나 과자로 바꿔 먹곤 했죠. 그리고 엿장수나 아이스크림 장사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는 고무신이나 병 같은 것들을 모아 바꿔먹었는데 한날은 할머니 고무신까지 바꿔 먹었어요. 그래서 할머니나 엄마한테 큰 혼 이 났었죠. (웃음) 그런 추억들이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기네요.


'할아버지'와 '나' 끝나지 않는 특별한 추억의 순간들

"할아버지와 제 관계는 특별했어요. 어려울 때부터 할아버지의 뒷 수발을 자주 했습니다. 언니는 그런일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저는 할아버지를 돕는 것이 언제나 기쁘고, 그 순간들이 저희 둘 사이의 특별한 추억이 었습니다. 한번, 요강을 화장실에 버릴 때 실수로 깨뜨렸던 적이 있어요. 그 때마다 주변에서 혼날 준비를 했죠, 하지 만 할아버지께서는 저를 보호해주셨어요. "왜 춘희만 혼나냐"라고 말씀하셨죠. 그렇게 제게 용돈이나 간식 을 주실 때도 항상 저만을 생각해주셨어요. 할아버지는 정말로 잘생기셨고, 자상한 분이셨습니다. 우리는 정말로 좋은 친구였죠. 제가 어릴 때의 추억 중에는 할아버지와 함께한 순간들이 가장 빛나게 느껴져요. 그러나 그 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날이 있었어요. 그날은 평소와 같이 할아버지와 놀다가 할아버지의 반응 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평소라면 제 장난에 웃거나, 제게 말씀을 하셨을 텐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 순간을 기억하면서도 아직도 싱장이 떨려와요. 할머니가 방에 들어와 보셨을 때, 그것은 할아버지께서 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 순간, 제 품에 안겨있던 할아버지는 더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와 함께한 시간들은 저의 마음속에 영원 히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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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따뜻한 품, 그 안에서 자란 소중한 추억들"

우리 집은 바닷가에 위치했어요. 비가 올 때마다 거친 파도가 치곤 했고, 그 때문에 학교 가는 길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학교 앞까지 오셔서 저들 따뜻한 품에 안고, 갑바 천으로 나들 보호하며 집까지 데려다 주셨죠. 그 안에서 잠든 저는 항상 집에 도착했을 때까지 깨어나지 않았습니 다. 집에는 3개의 작은 방이 있었는데. 학교 수업과 숙제에 지쳐서 잠이 들곤 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럴 때 마다 저를 조심스럽게 안아서 침대로 옮겨주셨어요. 그 따스함을 느끼며 가끔 일부러 잠들은 척하기 도 했습니다.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 덕분에 저는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아버지와의 그런 소중한 추억들은 지금도 마음속에서 깊은 감동을 줍니다.


"가족의 사랑으로 슬픔을 이기다"

이사 온 지 11년이 되었어요. 처음 여기로 이사 온 목적은 언니를 전도하려고 했어요. 그 노력 덕분에 언니는 집사의 직분까지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동생이 우울증 때문에 세상을 떠나자, 우리 언니와 저는 큰 충격 을 받았어요. 언니는 그 후로 우울증과 계속 싸우게 되었어요. 병원에 입원 중이던 저에게 언니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그녀는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어요. 그 상황 에서 저는 교회의 목사님과 권사님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다음 아침, 언니가 세상을 떠났다 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그때의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그 아픔이 저에게도 우울증을 가져다주었어요. 그 상황에서 "나도 세상을 떠나면 찾아오지 말라"고 가족들에게 말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저를 위해 병원에 찾아 와 주었어요. 특히 사위가 일찍 찾아와 주었어요. 그 후로 교회와 가족의 지지를 받아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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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인생의 지혜"

"인천에서 살았을 때 주변을 보면, 다른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상점에서 외상으로 물건을 사게 하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아이들이 원하는 물건을 외상장부에 적어두고 나중에 계산하는 방식이죠. 그런데 제게는 그 방식이 조금 다르게 와당았어요. 내 마음 속에서는 '아이들에게 돈의 가치를 어떻게 알려줄까?하는 고민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결정했어요. '돈은 있을 때만 쓰는 거야라는 교육 방식을 택하겠다고. 내 아이들에게는 돈 관리의 중요성, 그리고 돈을 얼마나 힘들게 벌어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용돈을 주기로 했어요. 그리고 그 용돈이 다 떨어지면 절대로 추가로 주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죠. 물론, 제 자신도 그 규칙을 엄격하게 지켰어요. 일주일 동안의 생활비를 정해두고, 그 이상은 절대로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졌죠. 그런 교육 방식 덕분에 아이들은 돈의 가치를 깊게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작은 딸이 제 지갑에 손을 대려고 했어요. 거실로 나오는 그녀의 손에는 뭔가 숨 긴 것이 있더군요. 그걸 발견하자, '이게 뭐야?'하고 물어보니, 이쪽 손에는 비어 있고, 다른 손에는 조금의 돈이 숨겨져 있더라고요. 그 순간, 제 마음은 정말로 아팠죠, 아이에게 돈의 가치를 알려주기 위한 제 노력 이 무색하게 된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그녀에게 그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런 행동이 왜 잘못된 것인지 알려주기 위해 정말로 혼을 내줬어요. 그 날 이후로는 그녀는 절대로 지갑에 손을 대지 않았죠. 그 순간의 교훈이 평생의 교훈이 되길 바랐던 것 같아요."


"엄하게 키운 것이 조금은 후회가 되네요”

"제가 아이들을 좀 엄격하게 키웠어요. 왜냐하면 아빠가 딸들에게 너무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아서였죠. 사실 아빠는 딸밖에 몰랐어요. 그래서 때로는 아이들과 놀면서 딸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장난스러운 모 습도 보였어요. 아빠의 그런 모습 때문에, 어머니로서 더 엄격하게 아이들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했 어요. 학교 다닐 때나 소풍, 여행을 갈 때도 항상 직접 준비를 해서 함께 갔죠. 그러나 항상 최신 패션의 옷이나 신 발을 사주진 않았어요. 오히려 단정한 옷으로 아이들을 입혔죠. 작은 딸이 대학에 진학하고 처음 친구와 놀 러 갔을 때, 그 친구 집에서 말도없이 외박을 했어요. 그건 제 기준에선 허용되지 않는 행동이었어요. 그래 서 큰 소리로 꾸짖었죠. 그때의 경험이 아직도 딸들에게는 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모든 행동 뒤에는 항상 아이들을 위한 걱정과 사랑이 깔려 있었어요. 엄격한 키우는 방식 뒤에 숨겨진 제 마음을 아이들이 알아주길 항상 바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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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 딸들, 고마워"

"두 딸아, 고맙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낀 건, 사랑을 주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에서 큰 기쁨 을 느꼈다는 거야. 나한테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큰 기쁨이었어. 그래서 너희들에게도 그런 마음으로 살 라고 항상 말했지. 내 생각에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랑과 도움을 줄 수 있는지라고 생각해. 엄마는 최선을 다해 살려고 했다는 걸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너희들도 앞으로 살면서, 주변 사람들을 도 와주며 따뜻한 사랑을 전해주길 바라. 그것이 바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는 방법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