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기권사님

  • 김난기 권사님
    1941년 08월 29일에 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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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던 친정에서, 힘든 시집살이로 – 예상 밖의 인생 시작

나는 어려서부터 부족함 없이 살았어요. 친정이 꽤 잘살았거든요. 배고픔이 뭔지도 모르고 자랐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시집을 오니, 세상이 달랐어요. 땅을 일구는 개간부터 시작해서, 담배농사며 마늘이며 안 해본 일이 없었어요. 아침부터 밤까지 손에 흙을 묻히고 살았죠. ‘시집이란 게 원래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고됐어요. 특히 담배농사는 고된 일 중의 고된 일이었어요. 담배잎을 심고, 따고, 말리고, 다시 다듬고… 온종일 허리를 굽힌 채 일하느라 허리가 휘었어요. 쉬는 날이란 건 없었어요. 명절에도 시어른들 챙기랴, 일하랴 정신이 없었지요. 친정에서 느꼈던 여유로운 삶과는 너무 달랐어요. 몸도 마음도 지쳐갔지요.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를 지탱해 준 건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었어요. 어린 시절 잘살았다고 해서 세상 물정 모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시집살이하며 철이 들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텼어요. 지금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눈물보다 한숨이 먼저 나와요.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이 지나고 나니,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 게 없다는 걸 깨달아요. 내가 겪은 고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심어줬어요. 그래서 지금은 말할 수 있어요. “그때는 힘들었지만, 하나님께서 다 아시고 함께 하셨습니다.”

딸들의 손에 이끌려 시작한 교회생활

나는 처음부터 신앙이 있었던 사람은 아니었어요. 교회라는 곳이 낯설고, 바쁘게 살아가느라 마음 둘 여유도 없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딸들이 말하더라고요. “엄마, 우리 교회 같이 가요.” 그냥 따라갔어요. 억지로 간 거였지요. 마음은 엉뚱한 데 있고, 예배 시간에도 눈은 다른 데로 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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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왜 이렇게 힘들게 하십니까?” – 눈물의 기도

그렇게 신앙생활을 시작했지만, 마음속은 여전히 힘들었어요.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여전히 하루하루가 고단했지요. 그래서 하나님께 울면서 기도한 적도 많았어요. “하나님, 왜 이렇게 힘들게 하십니까. 도와주세요.” 딸들이 없었으면 버티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눈물로 하나님께 매달렸어요.


첫째 아들을 낳았을 때의 기쁨

딸만 낳던 집안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아들을 낳았지요. 그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우리 며느리가 아들을 낳았다!”며 온 동네가 떠들썩했어요. 시댁 식구들도 정말 좋아하셨어요. 손주를 안고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지요. 저도 마냥 좋았어요. 이 아이가 우리 집에 기쁨이 되겠구나 싶었지요. 첫 아이가 아니라도, 첫 아들로서의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어요. 그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살았어요. 남편도 기뻐했고, 그날 이후로 집안 분위기도 더 밝아졌던 기억이 나요. 고생 많은 삶 속에 찾아온 큰 선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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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 찬송으로 고백한 인생

나에게 가장 마음에 남는 찬송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말해요.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이 찬송은 내 삶을 말해주는 노래예요. 내 힘으로 버텼던 것 같아도, 지나고 보면 하나님의 손길이 있었어요. 찬송을 부르다 보면 눈물이 나고, 마음이 먹먹해져요. (※ 이 내용은 인터뷰 08:37 ~ 09:29 구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농사짓고 자식 키우고, 온갖 고생을 하며 살아왔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것 자체가 은혜였어요. 내가 잘해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에요. 하나님께서 지켜주신 거예요. 이 찬송은 부를 때마다 내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들어요. 그래서 나는 이 노래를 참 자주 불러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흥얼거리게 돼요. “주의 은혜라.” 그 말 한마디에, 내 인생이 다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자녀들에게 강조한 말 조심과 정직함

내가 자식들한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말을 조심해라”, “사람을 속이지 마라”예요. 그건 나도 지키려고 애써온 삶의 원칙이었어요. 정직하게 살고, 말 한마디라도 조심히 해야 한다는 걸 꼭 가르치고 싶었어요. 애들 어릴 때부터 말했지요. “거짓말하면 안 된다, 욕하면 안 된다.” 이 두 가지는 내가 제일 싫어했던 거예요. 요즘 세상은 말이 참 가벼워졌잖아요. 근데 나는 아직도 말 한마디에 마음 다치고, 말 한마디에 위로받아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늘 말했어요. “말을 함부로 하지 마라. 그 말이 칼이 될 수 있다.” 내가 그걸 몸으로 겪어봤기 때문에 강조한 거예요. 정직하게 사는 것도 그래요. 누구 보라고 사는 게 아니라, 내가 떳떳해야 하잖아요. 하나님 앞에서도, 사람들 앞에서도 속이지 말고 살아야 해요. 그게 나한텐 제일 중요한 가르침이었고, 지금도 그렇게 살려고 해요. 자식들한테 남길 유산이 있다면, 돈보다 그 삶의 태도였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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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자녀들을 둔 감사와 기쁨

나는 지금 참 감사해요. 자식들이 다 잘되고, 무엇보다도 교회를 다니며 믿음 안에서 살아가니까요. 아이들이 출가하고 나서도 각자 가정에서 신앙 지키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흐뭇하고,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기도가 절로 나와요. 어릴 땐 고생만 하던 자식들이었는데, 이제는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또 예배도 드리며 살아가는 게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큰돈을 벌었다거나, 세상적으로 잘됐다기보다는, 그 믿음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더 기쁜 거예요. 기도할 때마다 이름 불러가며 축복해요. “하나님, 우리 자식들 믿음 잃지 않게 해주세요. 평생 주님 손 붙잡고 살게 해주세요.”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기도뿐이지만, 그 기도가 아이들 삶에 복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기도하고 있어요. 나는 그걸로 충분해요. 하나님이 지금까지 우리 가정을 지켜주신 것처럼, 앞으로도 함께하실 거라고 믿어요. 자식들이 믿음 잃지 않고 사는 것, 그게 지금 내 삶에서 가장 큰 기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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